공사 견적서 내는 법
견적서를 낸다는 건 가격을 적는 일이 아니라 "무엇까지가 내 일인가"를 문서로 못 박는 일입니다. 분쟁은 거의 전부 금액이 아니라 범위에서 생깁니다. 아래 순서대로 적으면 빠진 항목과 떠안게 되는 추가 공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1. 현장을 보기 전에는 금액을 말하지 않는다
전화로 평수만 듣고 부르는 금액은 견적이 아니라 추측입니다. 철거 물량, 양중(자재 올리는 방법), 주차, 엘리베이터 사용 가능 시간, 폐기물 배출 동선은 현장에서만 확인됩니다. 이 네 가지가 같은 평수 공사의 원가를 수십 퍼센트 흔듭니다.
현장 확인 전에 금액을 흘렸다면 그 숫자가 기준선이 됩니다. 나중에 올리면 바가지로 읽힙니다.
2. 공종별로 쪼갠다
한 줄에 "인테리어 공사 일식 1,200만원"이라고 쓰면 고객은 비교할 수 없고, 나중에 무엇이 포함이었는지 다투게 됩니다. 공종을 나누면 고객이 항목을 뺄 수는 있어도 "그건 당연히 포함 아니냐"는 말은 못 합니다.
- 철거 · 폐기물 처리
- 설비(급배수) · 전기 · 조명
- 목공 · 창호 · 도어
- 타일 · 도장 · 도배 · 바닥
- 가구 · 주방 · 위생기구
- 관리비 성격 항목(현장관리비, 운반비, 양중비)
3. 단가는 재료비와 노무비를 나눠서 잡는다
자재는 가격이 바뀌고 인건비는 일수로 움직입니다. 합쳐 놓으면 자재값이 올랐을 때 조정 근거를 댈 수 없습니다.
수량 단위는 실제로 정산할 단위를 씁니다. 도배는 m² 또는 평, 조명은 EA, 철거는 식(일식)처럼 현장에서 셀 수 있는 단위여야 나중에 정산이 됩니다. "일식"이 많을수록 견적서의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4. 포함하지 않는 것을 반드시 적는다
견적서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칸은 비고란입니다. 다음 항목은 빠뜨리면 대부분 시공자가 떠안습니다.
- 별도: 에어컨 이설, 인터넷·통신 배선, 입주 청소
- 별도: 관리사무소 예치금, 공용부 보양 비용
- 별도: 폐기물 추가 발생분(철거 후 실측 기준)
- 가정: 누수·곰팡이·불법 구조 변경 등 은폐 부위는 확인 후 별도 협의
5. 금액 아래 세 줄을 고정한다
공급가액, 부가세(10%), 합계 금액을 분리해서 적습니다. "부가세 별도"만 적고 금액을 안 쓰면 고객은 합계를 낮게 기억합니다.
한글 금액(일금 오백만원정)을 같이 적는 관행은 숫자 위변조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도 관공서·법인 제출용에서는 사실상 필수입니다.
유효기간을 반드시 넣습니다. 자재 단가가 움직이는 시기에 유효기간 없는 견적서는 몇 달 뒤에 그대로 들고 오는 고객을 막지 못합니다. 보통 발행일로부터 15일 또는 30일을 씁니다.
6. 보내는 형식
PDF로 보냅니다. 엑셀 원본을 보내면 수정된 채로 돌아다니고,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금액만 잘려 공유됩니다.
파일명은 "업체명_현장명_견적서_날짜" 형태로 고정하면 고객이 여러 업체 견적을 비교할 때 내 것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견적서에 도장이 꼭 필요한가요?
- 법으로 강제되는 형식은 없습니다. 다만 법인·관공서 제출용은 사업자등록번호와 상호, 대표자명, 직인이 찍힌 형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 고객 상대라면 상호·연락처·사업자번호만으로도 충분히 통용됩니다.
- 견적서를 냈는데 고객이 그 금액으로 하자고 하면 계약이 되나요?
- 견적서는 통상 청약의 유인으로 봅니다. 다만 기간·금액·범위가 특정된 견적서를 상대가 그대로 수락하면 계약 성립으로 다투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유효기간과 "본 견적은 계약 체결 시 확정됩니다" 같은 문구를 넣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내용은 참고용이며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 견적 비용을 받아도 되나요?
- 실측·도면 작성이 들어가는 규모라면 실측비를 받고, 계약 시 공사비에서 차감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무료 견적을 전제로 잡으면 견적만 받아가는 비용을 전부 떠안게 됩니다.